운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탕과 증기가 화산 지형의 특징을 유감 없이 보여 주는 운젠은 나가사키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휴양지이다.701년 만묘지라는 절이 세워지면서 마을이 형성됐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본격적으로 외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한 세기 전인 19세기 말이다. 당시 나가사키에 체류하던 외국인들이 독특한 자연과 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이곳으로 몰려들자, 외국인을 위한 위락 시설과 여관, 호텔이 들어섰고, 1888년 무렵에는 홍콩과 상하이의 신문에까지 소개되어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1934년에는 일본 최초의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지고꾸 체험
허옇게 속살을 드러낸 불모지와 솟구치는 열탕의 모습이 지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독교 탄압이 격심하던 에도 시대에는 처형장 역할도 했는데, 신자들을 산 채로 열탕에 던져 죽였다고 한다.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로 갇그한 산책로 입구에서는 온천수에 삶은 계란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계란을 라무네라는 탄산 음료와 곁들여 먹는다. 지고꾸는 입구부터 1킬로미터 정도의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고 전체를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입구에 들어가면 먼저 세이이찌기고꾸가 있는데 나가사키에서 끌려온 기독교도 세이이찌기 처형당한 직후 열탕이 치솟기 시작해 그의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조금 안쪽의 오이또지고꾸는 바람을 피우고 난 남편까지 죽인 이또라는 여인이 처형당한 곳인데 처형 직후 열탕이 치솟아 그녀의 이름이 붙어졌다. 왼쪽으로 팔만번뇌에 빠진 인간이 떨어지는 지옥이라는 뜻의 하찌만지고꾸가 있다. 다시 오이또지고꾸 쪽으로 돌아가 위로 올라가면 167년부터 7년간 여기서 순교한 33명의 영혼을 추모하는 크리스천 순교비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펄펄 끓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아비규환지고꾸가 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증기가 솟구쳐 올라오는 모습은 지고꾸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로 내려가 미야자끼료깐의 정원으로 들어가면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보즈지고꾸가 있다. 동그랗게 올라오는 진흙의 모습이 중의 머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가는 방법
나가사키역 앞의 버스터미널에서 운젠까지 가는 버스가 있으나, 운행 횟수가 적어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JR패스가 있는 경우라면 나가사키에서 기차를 타고 이시하야역까지 간 후에 기차역 바로 앞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에서 운젠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